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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한국)

성수동 간판없는 집

by 외국인노동자. 2024.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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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자친구가 성수동으로 이사를 했다.

 

여자친구와 뚝섬역까지 걸어가다가 발견한 곳인데, 여자친구는 이 곳을 본인의 친구와 종종 방문했으며 맛이 괜찮았다고 하였다.

 

보통은 간판을 화려하게 달아서 마케팅을 하는데, 여기는 발상을 역으로 한 것이 신기하다.

 

"요리에 너무 자신이 있어서 간판같은거 없어도 손님 많으니 올라면 오고 말라면 마쇼"라는 자신감일까?

 

마침 주말에 뭐 먹을지 고민하던차에 기회가 되어 방문하였다.

 

토요일 오후 6시반쯤 도착했으며 15분정도 밖에서 대기하였다.

 

가게 전경. 진짜로 간판이 없다.

 

검은색 옷을 입은 알바가 쳐다보고 있는 흰색 판이 대기자 명단이다.

 

대기하는 사람은 저 흰색판에 전화번호와 사람 수를 써놔야하며 5분 이내 거리에 있어야 한다.

 

기본세팅

 

내부 인테리어는 닭발집답지 않게 어두컴컴한게 마치 선술집에 온 느낌이다.

 

사실 가게 외부와 내부만으로는 이 가게가 닭발집임을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가게에 왔다는 것은 이 가게가 닭발을 판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듣고 그것을 먹어보기 위해 왔다는 것이라고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주문은 태블릿으로 한다.

 

숙주국물닭발세트 2인(39,000원)을 주문하였다.

 

이 세트에는 김가루밥과 계란찜이 포함되어있는데 4천원을 추가하면 계란찜을 치즈계란찜으로 바꿔준다.

 

따라서 총 43,000원에 숙주국물닭발세트(치즈계란찜)를 주문한 셈이다.

 

심지어 네이버지도의 메뉴에는 닭발 가격이 변동이라고 적혀있으며 저 태블릿 초기화면에 나와있는 문구도 매우 건방지게 적어놨다.

 

어떤 문구인지는 자세히 기억 안나지만 대충 뉘앙스가 

 

"여기 다 적어놨으니 쓸데없이 물어보지 말고 대충 빨리 먹고 나가쇼"

 

정도의 뉘앙스였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건방을 떠는걸까 싶다.

 

숙주국물닭발의 조리 전후사진

 

김가루밥과 치즈계란찜(치즈계란찜 원본 사진이 안찍혔음 ㅈㅅㅈㅅ)

 

우선 사이드메뉴부터 설명하자면 김가루밥은 밥+김가루+단무지조각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여러분이 상상하는 딱 그 맛이 나기 때문에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다.

 

치즈계란찜의 경우는 일반계란찜에 4천원을 추가한만큼 치즈의 양이 상당히 많은데 딱히 치즈를 넣어서 더 맛있지는 않았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모짜렐라 치즈 500원을 추가해서 4천원 수익을 얻으니 개꿀이지만 굳이 저 메뉴를 먹는데 치즈를 4천원이나 주고 추가해야할 필요를 난 모르겠다.

 

+2천원이면 납득했을 것이다.

 

닭발 한조각과 숙주나물

 

메인 메뉴는 나쁘지 않았으나 딱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그 맛이다.

 

닭도리탕 국물에 닭고기대신 닭발을 넣고 끓이면 나오는 맛이다.

 

내 생각에는 저 국물에 닭발이 아니라 닭다리들을 넣고 끓여서 먹으면 더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은 나쁘지 않았지만 저 퀄리티에 43,000원을 주고 먹기는 역시 아깝다.

 

2만원대 후반이라면 납득할 수 있는 퀄리티이다.

 

음식 맛보다는 간판이 없다는 것과 특유의 건방짐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통했던 음식점이라 생각된다.

 

사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마케팅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는 점에서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생각하면 그닥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방문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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